2005년 04월 01일
"야겜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미연시는 순수한 '국산' 단어다. PC통신에서 '동급생' 같은 고전 18금 미소녀 게임들이 들어오면서 어느정도 지지를 받기 시작하다가, 이것이 매스컴의 대책없는 폭격 - 일본 저질문화가 침투한다는 식의 - 으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되자, 유저들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연시'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적어도 '미연시' 라는 단어를 쓰면 처음에는 그 의미를 모르기에 자신을 감출 수 있지 않은가.
-> 수정한다. 미연시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단어가 널리, 소수 게임을 이르는 것이 아닌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었던 요인은 유저들의 '자기보호본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단어는 결코 미소녀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단어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유저들이 '미연시' 라는 단어를, 장르를 아우르는 단어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야겜이라는 말을 극도로 혐오한다. "야겜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미연시라구요!" ...정말?
'미연시'라 부르는 유저들 사이에는, 야겜에 대한 방어기제가 너무나 활성화되있는 듯 싶다. 좋건 싫건, 현재 '야겜' 이라는 단어는 '야겜을 하는 사람' 을 준(準) 변태로 몰아가는 느낌이 있다. (이건 나도 인정한다.) 이러니 야겜이라는 말만 들으면 거의 광분에 가깝게 반응한다. 야겜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저의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저질이라며 매도한다. 알고보면 앞뒤 안가리고 광분하는 당신들도 저질이다.
'야겜'은 어감이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녀게임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장 잘 집어낸 말이다. 순애물이나 귀축이나, 그 속에 들어가있는 성행위의 장면들은 충분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성행위에는 무슨 스토리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깊은 메세지가 있는것도 아니다. 당신은 게임 Kanon의 공략 후반부 H신이 어떠한 당위성과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수많은 '야겜' 들이 팔기 위해서 성행위를 집어넣었다는 것은 여기서 증명된다. 이건 아무리 잘난 순애물도 피해갈 수 없는 '원죄'다. (CLANNAD나 기타 전연령 게임처럼 성행위의 묘사가 없는 작품들은 논외로 해야한다.)
미연시라는 단어에는 한계가 많다. 미연시는 모든 미소녀게임의 장르를 담을 수 없다. 미소녀게임의 세부장르를 따져보자면 밑도끝도없이 많다. 일반적으로 아는 것만 적당히 뒤져봐도 순애, 귀축, 비주얼 노벨, 백합물, 쇼타물등 많다. 일본 미소녀게임사이트 겟츄(http://getchu.com)의 게임소개에 나온 장르를 보면 공신력이 없을 정도로 별별 장르가 난립할 정도다. (메이드찻집 ADV, 3D미소녀 시뮬레이터..) 수많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들을 단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이라는 단어로 압축해도 될까?
설사 그것이 몇몇의 순애 계통의 게임을 지칭한다고 말해도 적합하지는 않다. '시뮬레이션' 이 미소녀게임의 어디에 부합한다는 말인가? 시뮬레이션이라 함은 심시티 같이 '모의 실험' 의 요소가 있어야한다. 원한다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도와 그것이 게임상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현장감이 느껴져야 한다. 미연시 에서는 스테레오타입화 된 스토리에 주인공을 던져놓고 진행하는 게임에서는 모의실험의 요소를 찾을 수 없다. 위의 겟츄 게임소개의 장르란에 나온 것처럼, '어드벤쳐' 가 더 낫다.
미연시라 부르는 유저들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멀쩡하게 성행위장면이 들어가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미화하겠다고 '미연시'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것은 해당게임에 대한 오독이며, 넓게 보면 장르에 대한 몰이해다. 이런 유저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유저들의 전체적인 수준 저하가 일어남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기본적인 장르의 이해도 서투른 사람들이 어찌 게임을 제대로 감상하겠는가.
솔직하게 살자. 미연시라는 단어를 쓴다고 해서 당신들이 잘나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야겜'을 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게임의 성행위장면에만 집착하는 것도 아니며, '미연시'를 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스토리에만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 다 똑같다! 뭔가 잘난체할려는 그 쓸데없는 선민의식이 문제다.
이미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본문에 나온 야겜, 미소녀게임,에로게등등.) 미연시를 대체할 단어는 충분히 존재하는데 ,당신들이 그 미연시를 수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수호할만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이라도 띄고 있는것인지, 있으면 그 잘난 사명을 들어보고 싶다.
# by | 2005/04/01 15:48 | 무규칙 이종게임 | 덧글(9)








그리고 미연시라면 도키메키 메모리얼 정도라던가...
전 그냥 '걸게임'이나 '비주얼 노벨'혹은 '야겜'이라고 불러버립니다.
가끔가다 '에로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먼산).
폐인생활18년 // 광빠가 문제..
소시민A군 // 도키메키가 가장 근접합니다..
도박면상 // 편한 단어사용.
M.RJHAN // 딱 보면 나이대가 추측 가능한데, 했다고 자랑하는 건...돌아버리겠더군요.
불꽃빅장교사 // 나오면 '심즈' 만큼의 혁명일듯 합니다.
Ikarna // 에로게도 틀린 단어는 아니죠. '야겜'이 일어식으로 변한 것 뿐.
코토네 // 정보 감사합니다. 연애 시뮬레이션보다는 더 게임의 본질에 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