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7일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조윤범씨에게.

한국일보에 실린 11월 16일자 '파워 클래식'을 봤습니다. 한 해가 넘어가는 마당에 지나간 기사를 끄집어 내서 참 죄송합니다만, 저의 심란한 마음은 어떻게 해도 진정되지가 않는군요.
앞으로 할 말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저에 대해서 간략하게 밝혀두겠습니다. 저는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있어 하는 것은 록큰롤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음악들뿐입니다. 베토벤보다 비틀즈가 좋고, 모자르트보다 칸노 요코가 더 좋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하시는 클래식에 대해서는 음악시간에 듣기시험용으로 벼락치기 한 게 전부입니다. 그것마저도 이제는 가물가물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러면 제가 무엇이 언짢아서 당신에게 이렇게 말을 하려는 걸까요. 당신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5번에 취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당신의 그 15번에 대한 집착이 그 11월 16일자의 파워클래식을 만들어냈는데, 사실 클래식 전공자로서 15번 말고도 할 이야기는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에 베토벤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것도 못하겠다면 당신은 15번에 대한 극찬을 적절히 조절해야했습니다. 어째서 '위대한 곡' 이 당연한듯이 '베토벤 후기현악 사중주' 로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15번 예찬은 거기서 끝났다면 저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정도 극찬은 대상만 다를 뿐이지, 모든 사람이 하는 거니까 말입니다. 당신이 베토벤을 극찬하는 것이나, 제가 너바나에 빠지는 것이나 별 다를 게 없다는 거죠.
그러나 당신은 15번의 매력에 듬뿍 취한 나머지 파헬벨의 '캐논'을 '허접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비하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베토벤을 신으로 섬기건 말건 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너바나를 가지고 '얼터너티브의 영웅' 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당신에게 파헬벨의 캐논을 모욕할 권리는 없습니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라는 직위로도, 파헬벨을 허투루 말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당신의 심리 근저에 무엇이 박혀 있길래 파헬벨을, 나아가서 파헬벨의 음악을 듣는 사람까지 모욕한단 말입니까.
제 짧은 생각입니다만, 파헬벨도 당신한테서 '허접한' 이라는 말을 들을려고 캐논을 만들지는 않았을겁니다. 그 캐논이 아직까지 이렇게 사람들에게서 남아있는 건 파헬벨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파헬벨이 정말로 허접한 노래를 만들었고, 그 베토벤의 15번이 정말 위대한 명곡이고 인류가 망해도 남아야 할 곡일 지도 모릅니다.

(비트. 허영만.
- 본문과는 일절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 본문과는 일절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어떡합니까. 세상에는 베토벤을 듣는 사람도 있지만, 파헬벨을 듣는 사람도, 너바나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듣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공존하거든요. 조윤범씨에게는 아무래도 파헬벨을 듣는 사람 (그외 너바나와 엘비스의 음악을 듣는 사람도)과 공존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당신이 다시 한국일보 파워클래식에 글을 쓸 때에는, 파헬벨을 듣는 사람과도 공존할 수 있는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조윤범씨였으면 합니다. 새해 잘 맞이하십시오.
# by | 2005/12/27 22:18 | 무규칙 이종음악 | 트랙백(1) | 덧글(25)








제목 : 나 참 또 살다살다-_- 별 소리를 다 듣는다_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조윤범씨에게. 안그래도 어제 프링이랑 코엑스에 갔다가(사실 내가 공부하겠다는 프링을 꼬여낸거지만) 너바나의 또 베스트음반-_- sliver의 발매 광고를 보고 발악발악하면서 쪽팔리게 핸드폰으로 전광판을 찍어댔다-_- 이놈의 장삿속! 이라고 욕하면서도, '미공개 3곡 최초 수록'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more
쓸데없는데 열올리는 녀석이군 그리고 한가지더 너 대중성이 없다.
후회하고 있구요. 클래식이 잘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철후덕 // 저 인간은 자기 오만에 빠졌습니다.
yu_k // 말투만 적당히 형식을 갖췄지 극단적 팬(=빠)이나 다를게 없군요.
팬큐어 //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요.
아리아 // 저렇게 지내기도 참 힘들 겁니다.
psyche // 에바에서 캐논이 나왔나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달지않은고구마 // 역시 모르는 일이라서.
時水 // 오호.
제이드 // 수가 적다고 해서 이상한 긍지를 가진 인간들이 있습니다.
cancel // 글쎄 말이죠. 무슨 의미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로리 // 베토벤 빠한테는 다 똑같겠죠.
. // 수정헀습니다.
리오네스 // 코웃음만 나옵니다.
버찌악어 // 기본적인 도덕인데.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일단 트랙백해가도 되겠습니까? 불쾌하다거나 상관없다거나, 간략하게 답변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지적하셨다시피 사중주단의 리더로서, 또 공적인 칼럼을 쓰는 사람입장에서 신중히 활동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도 다른사람을 험담하거나 작품을 않좋은 쪽으로 평가하는 것을 증오하는 사람인데도 저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군요. 아무쪼록 관심가져 질타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한 음악인의 부족한 감성에서 나온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오는대로 이러한 실수를 바로잡는 칼럼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쨌든..비난 또는 비평을 하더라도 "~놈" 따위의 상스러운 욕은 보기 좋지 않네요:) - (그냥 지나가던 이가...)
클로스오버 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통은 궂이 대중화가 되지 않아도
그 심오한 불변의 가치가 있으로 정통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지?..
콰르텟 엑스에게 클로오버쪽을 강권함!!
대충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본다면 크로스오버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건 이분들이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어설픈 판단을 내려서인 것 같네요..
그리그 현악사중주 1번,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그리고 악보를 보지않고 외워서 전악장을 연주했던 베토벤의 대푸가..등등 수많은 정통 클래식 곡들을 콰르텟엑스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셨다면..정통은 무리이니 크로스오버를 택해라! 하는 말은 다시 주워 담으시리라 생각되네요.
궂이 대중화가 되지 않아도 그 심오한 불변의 가치....라....
그 심오한 불변의 가치를 지닌 정통 클래식곡들은...
굳이 소수에게만 알려져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렇게 좋은 정통 클래식들이....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안되는가요.
전 이들이야 말로, 정말 제대로 된 정통 클래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알릴 수 있는 사중주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수보고 욕도 하고 극찬도 하고 하듯이 한 곡에 대해서 개인이
자기 견해도 말 못합니까?
고작 그런 수식어가지고 흥분하는 님이 더 편협해보이세요/
욕하고 싶으면 욕할수도 있는거죠.;;
어떻게 생각하던간에 그건 자유지만 신문 같이 대중들에게 공적으로 노출되는 곳에 개인적인 견해를 주입하는 듯한 글을 쓰는 게 과연 옳은지는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염
연관성이나 유례 따위의 이유는 온데간데 없고 위대한 곡을 칭찬하는데
모든 문자를 할애한 글일 뿐이네요. 열심히 칭찬하다보니 삐긋하고 말았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연주자의 자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