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의 상봉이 꼭 감동적이어야 할까.

'TV는 사랑을 싣고' 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류의 상봉 프로그램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있는데, 그들의 상봉이 항상 감동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이니 어느 정도 순화될 수밖에 없다는 건 아는데, 감동으로 뭉뚱그리지만 말고 조금만 더 세밀하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입양아가 자신의 부모를 찾는 장면이라도 나오면 이런 생각은 더 절박해진다.

대개의 입양아들이란, 부모가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훔치며 길가에 내버린 자식들을 외국인들이 기른 경우다. 입양아들은 외국에서 자신들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보며 정체성의 혼란, 차별들을 겪었을 것이다. (대개는 그러면서 비뚤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입양아들이 나를 낳은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왔다면, 그래서 부모를 만났다면, 입양아들이 그 부모를 용서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만에 하나 정도는, 분명 자신을 낳은 부모를 증오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부모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그런 사례를 보고 싶다. (약간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코인로커 베이비스' 에서처럼, 자신을 낳고 버린 부모를 끝끝내 용서치 않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싶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유교적정서는 그런 '패륜'을 용서치 못한다. 자신을 낳은 부모를 부정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치 못한다. 그래서 낳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부모를, 기른 부모보다 더 중히하고 결국은 용서까지 하는 정해진 각본대로 모든 상봉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그 짜여진 각본에서 자위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의 핏줄과 혈연에 대한 질긴 고집일까?

by 수시아 | 2006/01/22 17:11 | 무규칙 이종사고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cocobus at 2006/01/22 17:14
부모에 대해서 증오만이 넘쳐나는 사람은 아예 찾기 신청도 안할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부모를 찾는 사람에게 증오가 있다면 아마 단순한 증오가 아닌 애증일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정의수호기사 at 2006/01/22 17:27
이미 한번 버렸으면서 다시 찾으려는 건 뻔뻔하다고 생각하기에...
가난따윈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자기 핏덩이를 버릴수 있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린걸까요?
Commented by DOT3 at 2006/01/22 17:31
미우면 입양 프로그램이 아니라
칼들고 집으로 찾아갑니다.
Commented by 월야 at 2006/01/22 18:34
버려졌다면 절대 찾지 않을겁니다. 어릴 적 한 번 버림 받을 뻔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이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용서? 이해는 할 수 있을언정 용서까지 할 정도로 전 착하지 않거든요. 그러고보면 부모 찾는 사람들은 성공하고 착한 사람들이었군..이라는 삐뚫어진 생각이 절로 드네요.
Commented by 크로워 at 2006/01/22 21:51
입양아 상봉은 감동적이어야하고, 해외의 2세들은 한국을 그리워해야하고, 해외의 한국인이나 2세 3세 등은 모두 한국을 위해야 하죠.
Commented by 로리 at 2006/01/22 23:31
저도 저를 버린 사람들을 왜 용서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용서 할 생각은 없거든요
Commented by 소시민A군 at 2006/01/23 09:13
약간 다른 프로그램도 있지요.
"저렇게 용서를 구하는데, 용서하시겠습니까?" "아니요."
그러면 시청자들은 욕합니다.
Commented by 아쿠아블레이즈 at 2006/01/23 10:38
유교사상이 아직까지 뿌리 깊은 것;
저라면 저런 프로를 통해 찾지도 않을 것 같은데;
Commented by 음영 at 2006/01/24 20:16
개인적으로 입양아는 불쌍한 아이라는 식의 TV 보도는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입양으로 얻은 불행이 있다면 입양으로 얻은 행도 있을텐데 말이죠
대다수의 입양아들은 엄마 만나도 별 감흥 없어 보이더만
Commented by 수시아 at 2006/01/24 22:54
cocobus // 애증이라. 뭐 경우마다 다르겠죠.
정의수호기사 // 돈이면 사람도 죽이는데 사람 버리는 게 대수인가요.
DOT3 // 당연한 이야기죠.
월야 // 하기야. 그렇게도 되는군요. 돈이 썩어나니 부모나 느긋하게 찾지.
크로워 // 왜인지 그걸 요구하는 듯 합니다.
로리 // 이해와 용서는 다른 것이기에.
소시민A군 // 결국 정해진 각본대로.
아쿠아블레이즈 // 저라도 흥신소를 써서 찾고 맙니다.
음영 // 일단 한 대 치고 시작합시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