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없는 그들의 활동방법.


며칠 전에 본 뉴스인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뉴스에서는 노르웨이와의 평가전 응원을 한다면서 시청 앞에 나온 응원단을 취재했다. 그 와중에 어떤 대학생 두 놈을 취재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었다. "학교는 어떡하구요?" "지금 학교가 문젭니까 대한민국이 문제지!" "저희는 잠 못자도 나옵니다. 시험 못 봐도 나옵니다." (출처) 학교고 시험이고 내팽개치고 축구 볼라고 저 난리를 피는 걸 보니, 정말 개한민국이 문제인가 보다.

이런 취재에 한심함과 (미쳐가는 개한민국에 대한) 공포를 느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다. 미쳐 들끓는 월드컵 열기에 반기를 든 사람들도 있다. 문화연대 소속 김완씨 등 시민단체 활동가 100여명은 반월드컵 문구가 적힌 스티커 1만2000장을 제작했다. 가로 5㎝ⅹ세로 7.5㎝ 스티커에는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월드컵 보러 집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등의 문구를 새겼다. (출처)

-라지만, 활동 방법이 기껏해야 '스티커 붙이기'라는 건 반대활동치고는 너무나 맥없지 않나 싶다. (문구도 좀 촌스러운 것 같다.) 반대한다길래 시민단체 여럿이 모여 단체로 반대성명부터 내고 시작하는 줄 알았건만, 소박하게 스티커나 붙이고 다닐 줄은 몰랐다. 스티커 붙이는 것도 전국적인 것도 아니고, 서울시내 몇몇에 한정되었을 뿐이다. 크게 보면 스티커 붙이는 것도 조형물 훼손이고, 그런 거 붙여봤자 "이게 뭐야?" 하고 끝날텐데 이런 걸로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그 각오가 가상하다. 기왕 미디어에 나올 거면 퍼포먼스나 시위라도 하는 게 좋을텐데 왜 하필 스티커였는지 의문이 간다.

반 월드컵 '게릴라'를 자청한 그들에게 '정규군'의 투쟁방식을 요구하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길거리에 스티커나 붙여봤자 이런 건 '작은 소동' 에 불과하다. 나이트클럽 삐끼가 찌라시를 돌려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좀 더 집요하고 조직적인 활동을 아주 강하게 촉구한다.

by 수시아 | 2006/06/09 17:16 | 무규칙 이종사고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셀키네스 at 2006/06/09 17:25
아니 그들도 무서울겁니다.
거리에서 월드컵을 반대한다고 소리치면 꼭 맞아죽을 것만 같은 분위기니까요
Commented by 오시라요 at 2006/06/09 18:36
보시기에 약해보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분들이 현실에서 저렇게 하시는 것도 대단한겁니다.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잖아요.

조선시대에 민란이 일어나기 전 제일 첫 단계가
벽에 항의하는 글을 붙이는 벽서였다고 하네요.
이것과 그걸 그대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대강 그런 것 같아요.
Commented by 카오루 at 2006/06/09 19:36
TV 애청자들도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정책(-_-)에 반기를 들었습죠~ 현장고발 SOS인가 그것까지 월드컵 특집 방송으로 묻어버렸다고요. 또 온갖 가십거리 하나라도 못 놓쳐서 안달이라나. 아... 진짜 이런 꼴 볼 때마다 정 떨어집니다.
Commented by Pineve at 2006/06/09 19:46
이번 월드컵의 경우는 그나마 자성의 목소리가 큰 것 같습니다. (라고 하기엔 저번 월드컵은 시작했을 당시엔 그다지 큰 영향력이 없었기도 하지만요.)
그 이유는 역시 이렇게 - 군중 사이에서 말했다간 맞아 죽을 분위기라도 -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블로그를 다들 운영하는데 있겠고요.
사실 알고보면 서로서로 그다지 월드컵에 미쳐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소시민A군 at 2006/06/09 20:03
맞을까봐.
Commented by lastwaltz at 2006/06/09 21:48
잘못말하면 진짜 집단폭행(다구리가 아니고)당할 분위기니까.
개인적으로는 시끄럽지않게 빨리빨리 우리나라경기가 끝나버렸으면
하네. 그냥 32강에서 떨어지라구.
확실히 스티커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
수시아군의 말처럼 강하게 강하게 해야지.
하긴 그러다가 얻어맞겠다.;;
그나저나 저거 학생(大가 붙긴하지만)맞아? 등록금이 아깝지않아?
그냥 다이제스트 보고 말자구.
Commented by ranigud at 2006/06/10 06:00
뭐, 사실... 현재 이글루스에서도 진행하는 트랙백 이벤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면, 월드컵열기가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한마디만 말해도 얻어터지고 있는 마당에, 오프라인 상에서 그랬다가는... 상당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Anatomist at 2006/06/10 16:08
대놓고 하면 욕지대로 먹잖아~조용히 놀아야지~ 우리들을 봐! 찌연모에서 찌질거리기밖에 더하냐!!
Commented by Korsonic at 2006/06/10 16:10
진짜 월드컵이 무슨 밥 먹여주나... -_-...

ps. 어? 근데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명이 여기서 보이기 시작했네 ㅇㅅㅇ...
Commented by 천극J군 at 2006/06/10 18:18
응원날 시청앞 광장에서 '나는 월드컵에 반대한다! 모두 각성하라!'라고 외치며 분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짜피 지금 온갖 매스컴을 이용해서 세뇌당해왔기 때문에 대중들은 뭔 소리를 들어도 신경 안 씁니다.......
Commented by Iris at 2006/06/10 23:47
저야 월드컵 분위기도 잘 못느끼는 환경이기 때문에 반월드컵도 별 신경이 안쓰이긴 합니다만...
2002도 그랬고 우석이도 그랬고 국민들이 단체로 미쳐가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왜일까요. 속시원한 해답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수시아 at 2006/06/11 00:58
셀키네스 // 생각해보니 그것도 도박이네요.
오시라요 // 이번 스티커 부착 이후로 다른 행동이 이어진다면 말이죠.
카오루 // 그러나 그들 역시 소수에 불과하죠. 방송사 입장에서는 항의해봤자 그냥 흘려들으면 되고.
Pineve // 언제까지나 모니터 속의 일이어서 위화감이 듭니다.
소시민A군 // 한 사람한테 맞으면 모를까 집단구타가 예상됩니다.
lastwaltz // 대중 앞에 나와서 큰소리로 외칠 자신있는 사람이 없는거죠.
....라고 해도 나 역시 그런가? 반성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딴 놈은 학생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군요.
ranigud // 이미 폭도입니다.
Anatomist // 그래서 힘이 없는 거야. 밖에 나가지 못하니까.
Korsonic // 그게 문제지. 월드컵 구경하는 사이에 중요한 문제는 저 멀리.
천극J군 // 생각해보니 폭행사건이 터져도 반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Iris // 애초에 사람들의 생각이 한쪽으로 몰리게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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