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자동차가 있다는 것만큼이나 자랑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에는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게 하나의 역사(役事)였다. 그때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우선 게임을 구해야 했고 (인터넷도 없었으며 정품게임 사기도 쉽지 않았다), 다이렉트 X가 없었으니 게임마다 따로 설정을 잡아줘야 했으며, emm386이니 config.sys니 하는 메모리/장비설정에 시간을 투자해야 비로소 게임을 즐길 수가 있었다. 그랬던 시대였다.

게임 하나 할려고 오만가지 고생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과 유통망의 발달로 우리는 불법복제든 정품게임이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대신 한국에 발매되는 게임이 줄었다) 윈도우 95의 등장으로 메모리관리에서 해방되었고, 다이렉트X라는 구세주는 게임 설치와 설정을 더 편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곧 게임의 대중화를 의미했다. 그 와중에 컴퓨터는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집집마다 보급이 되었고, 게임의 대중화는 '스타크래프트' 의 초거대히트로 쉽게 증명되었다. 막말로 이제 '개나소나' 게임을 즐기게 된 것이다.

이제 '게임을 한다' 라는 건 특별한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설사 컴퓨터가 없다고 해도 PC방이라는 인프라가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게임을 즐긴다는 건 너무나 쉽다. 게임은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분이지 저 위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런 고로, 이제 게임은 '취미'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닐까? 전략시뮬레이션이나 롤플레잉같은 '특정한 게임' 을 취미로서 즐길 수는 있겠지만, '게임' 자체를 가지고 취미라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누구나 다 하는게 취미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이건 게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복합상영관과 각종 할인(통신사 할인은 사라졌지만) 으로 영화 보기는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이제 영화 감상은 '취미'가 아니며 기껏해야 데이트 코스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감상이나 게임이 취미라고 말하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의미한다. 취미가 없다.

by 수시아 | 2006/07/13 23:13 | 무규칙 이종취향 | 트랙백(1) | 덧글(14)

Tracked from z's nest at 2006/07/14 12:21

제목 : 게임은 이제 당당한 취미
게임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수시아님의 글이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 어떤 ' 취미가 되기 위한 자격 ' 이라는 내용인 듯 해서 의아합니다. 무언가가 취미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걸 즐기는 방법이 아주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거나, 극소수만이 즐겨야 하는건가요? 저희 아버님이 30년째 취미로 즐기는 바둑을 시작하기 위해 누구도 바둑판......more

Commented by 정싸이코 at 2006/07/13 23:15
'게임'을 생활기록부에 쓰면 혼나니 자주 등장하던 두가지 소재가 있죠
'컴퓨터'혹은'음악감상'
Commented by 셀키네스 at 2006/07/13 23:36
취미에 쓸게 없으면 단골로 나오던게 하나 더 있지요. 독서 ㅡ_ㅡ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6/07/14 00:25
EMM386
HIMEM.SYS
CONFIG.SYS
AUTOEXEC.BAT

.. 요샌 건드릴 일도 없거니와 존재 자체도 신경끄고 사는 파일/명령어들.
오랜만에 보니 기분 묘합니다.
Commented by 소시민A군 at 2006/07/14 07:16
나이좀 먹어도 만화보고 게임하면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신기하게 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편견을 이겨내야 합니다?
Commented by DOT3 at 2006/07/14 08:58
그건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취미는 무슨, 개나 줘버려라.
Commented by 키리 at 2006/07/14 11:56
애니메이션 음악 감상 -> 음악 감상
만화책 읽기 -> 독서

현시연에 이런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게 생각나는군요-_-;


많은 것들이 대중화되어가면서 취미라 할만한 것들의 입지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영화감상이나 게임 같은건 아직 취미라 할만한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커트라인이 좀 높아진 것 뿐일지도
Commented by lastwaltz at 2006/07/14 13:15
마이너유저가 많아지면서 확실히 '취미'라는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기는하지....확실히 말그대로 '놀이'라는게 맞을지도.
뭐 깊게 파고들기를 하는 사람이나 코어유저라면 '취미'에 당당히
집어넣어도 문제가 없지않을까...라고 생각하네.;;
그러고보니....'M'이 그리워지는데 98깔고 도스게임을 하고싶다;;
Commented by 건전치이링 at 2006/07/14 14:24
취미로 즐기는 사람 많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죠. 이글루스에서조차요^^
Commented by Pineve at 2006/07/14 14:51
취미는 보편적이게 되면 안되나 보군요. 그렇다면 저는 역시 취미가 없습니다. :(
Commented by 참치-란지에 at 2006/07/15 00:19
게임도 별로 안하고.. 영화는 근래에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없으니. 나는야 정말로 취미가 없는 인간이지. -_-)a;; 아..config.sys 하니까 진짜 옛날 도스 쓰던시절 기억나는군.,..
Commented by 천극J군 at 2006/07/15 01:05
그러므로 각자 상큼하고 신선한 취미를 개발해야합니다..... 저처럼 지하철 표 모으기 같은 거요.......
Commented by 수시아 at 2006/07/15 23:23
정싸이코 // 그런데 생활기록부에 안쓰게 되도, 그렇게 표현하는데에 익숙하게 되죠.
셀키네스 // 독서. 낄낄. 누구는 독서 안하나요.
시대유감 // 문자 그대로 '시대유감' 입니다.
소시민A군 // 그렇습니다. 편견을 이겨내야 합니다.
DOT3 // 에로게나 하렘물이라면 취미가 될걸요?
키리 // 커트라인이야 있겠죠. 애들이 만화본다면 그건 취미가 안되지만
어른이 만화보면 취미가 된다는 수준이랄까요? (소시민A군님의 말 응용)
lastwaltz // 코어유저라면 취미라 해도 되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다른 말로도 표현이 가능하겠죠.
건전치이링 // 이글루스 이야기라면, 이쪽에서는 취미에 목숨걸것같은 사람들이 참 많아서 저걸 취미라 말해야 할지부터가 걱정입니다.
Pineve // 보편적이면 놀이에 가깝죠.
참치-란지에 // '만화책 모으기' 정도라면 취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중.
천극J군 // 콜렉팅처럼 쉽고 좋은 취미도 없죠.
Commented by hikage7 at 2006/07/16 09:34
그래도 독서라고 취미를 적어 넣는 사람들이 독서의 독자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책 많이 읽습니다.
요즘 애들 진짜 책 안 읽더군요. 제 주위만 해도 한달에 한권 읽으면 많은 놈들이니.... 그런 점(누구나 다 하지 않는것)에서는 충분히 독서도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Kuvera at 2006/07/18 18:56
마치 취미는 남들이 신기하게 볼만한 것이거나 희소한 것을 하는 것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듯. 그냥 자기가 좋아하고 즐겨 하는 거면 취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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