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식의 향연.

중요한 부분에서 난데없이 자신의 잡지식을 늘어놓는 놈들이 있다. 다 폼을 잡기 위해서다. 예를 들자면, 고문 전문가가 주인공을 잡아놓고 고문을 하면서 "뜨거운 물은 찬 물보다 냉장고에서 빨리 언다네. 왜인 줄 아나?" ('캐비닛') 이라고 지껄인다던가 하는 식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지껄이는 말들이 철학적이기 보다는 좀 잡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다. "나기, 평범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해?" (부기팝 시리즈) 이런 건 애초에 정답이라는 게 없는 문제다 보니, 말한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헷갈리다가 분위기만 망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TV 프로그램 '스펀지'를 열심히 봐두는 게 필요하다.)

나름대로 이런 '개폼' 은 필요하다. 쫙 당겨진 고무줄같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완화해 줄 수도 있고, 말하는 사람에게 여유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적당히만 해 준다면, 나는 이런 식으로 폼을 잡는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런 거 알아놓으면, 어디 가서 나도 한번 잘난 체 한번 해줄 수도 있잖은가.

하지만 제발 답은 알려주고서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냥 폼만 잡고서 '왜 뜨거운 물이 찬 물보다 빨리 어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면 독자의 속만 터진다. 물론 인터넷에서 지식검색하면야 나오기야 나오겠지만, 이건 작가의 성실성 문제라 생각한다. 괜히 사람 궁금증만 키워놓고서 답은 안 알려 주면 괜히 사람 약올리는 기분이 드는 탓이다. 그래서 아직도 "왜 가을 하늘이 높아 보이는 지 알아?"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하고 지면 속으로 숨어버린 하시모토 츠무구를 괜히 원망하고 있다. 다 검색하면 나오는 것인데도.

by 수시아 | 2007/04/29 11:19 | 무규칙 이종취향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치이링 at 2007/04/29 15:33
검색해도 안나오는걸로 문제내고, 그거 지금까지 5명 맞췄다고 자랑하고 또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모 어드벤쳐 겜도 있는 세상임.

일본놈들은 왜 스노브 놀이를 해도 저렇게 잡스러운지.
Commented by lastwaltz at 2007/04/29 18:26
음....찾아보니 현시연의 마다라메도 약간 개폼의 그것을 하더군.
생각해 보면 이른바 '명대사'라는것에 속하는건 다 그런것 같아.
Commented by DOT3 at 2007/04/29 20:12
잡지식보다는 미트스핀
Commented by Anatomist at 2007/04/30 07:51
수사마가 왜 군대에 있는줄아나?
Commented by 소시민A군 at 2007/05/01 18:17
확실히 고문 맞네요. 궁금해 죽겠는데 알려주질 않으니.
Commented by 스텔스좀비 at 2007/05/02 19:15
잡지식 잘난척은 나스 기노코랑 다니가와 나가루가 제일 작살납니다.....
(개인적인 의견)
Commented by 時水 at 2007/05/03 01:21
음 근데 저건 읽고 나서 검색해봐야겠네. 사놓고 아직 읽질 않았네.
Commented by 수시아 at 2007/05/05 20:21
치이링 // 다 관심 부족 아니겠습니까?
아니, 관심받으려는 방법의 극한이겠군요.
lastwaltz // 오덕후뿐만 아니라 다들 가지고 있는 자기과시욕이겠죠.
DOT3 // You spin me round baby...
Anatomist // 묻지 마 그런 건.
소시민A군 // 후기에서라도 알려주면 안될까 싶습니다.
스텔스좀비 // 일단 키노코에 방석 한 장.
時水 // 뭐 저야 말로 책 한두권 읽고 대충 써내려 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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