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3일
백지의 공포.
'물자를 아껴쓰라' 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탓인지는 몰라도, 본인은 이면지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고등학교때는 학원 사무실에서 나오는 이면지로, 대학교때는 도서관에서 버려지는 이면지로 공부를 했다. 집이 가난해서도, 노트가 없어서도 아니다. 이면지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그것도 공짜로), 부담없이 쓸 수 있는데다, 쉽게 버릴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냥 버려지는 종이가 아깝다는 환경보호적 심리도 한몫했다. (솔직히 낙서라도 한 번 할 수 있는 뒷면인데 안 쓰고 버리는 건 너무 아깝다.) 나는 개인적 용도로 인쇄를 할때도 이면지를 썼고, 수업시간에 받은 유인물도 쓸모가 없어지면 그걸 또 이면지로 활용했다.
하도 이면지를 쓰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이제는 백지를 이용하기가 두렵다. 백지를 사용하기 전에 안쓴 이면지가 있는지 꼭 찾아 보고, 백지를 꼭 써야하는 상황(레포트 제출같은) 이라면 백지쓰기가 굉장히 아깝다. 그러니 백지에 무언가를 필기한다는 건 더더욱 두렵다. 백지를 보면 내 머리속까지 하얘져서 아무것도 써지지 않을 정도다. 백지가 펜에 의해 내용이 적혀질 때, 나는 거북함을 느낀다. 왜인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범한, 죄를 지은 기분이다. 웃기겠지만 사실이다. 흰 눈이 쌓인 벌판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면 이해하겠는가? 고작 위에 내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인데도, 내가 왜 이리 의식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하도 이면지를 쓰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이제는 백지를 이용하기가 두렵다. 백지를 사용하기 전에 안쓴 이면지가 있는지 꼭 찾아 보고, 백지를 꼭 써야하는 상황(레포트 제출같은) 이라면 백지쓰기가 굉장히 아깝다. 그러니 백지에 무언가를 필기한다는 건 더더욱 두렵다. 백지를 보면 내 머리속까지 하얘져서 아무것도 써지지 않을 정도다. 백지가 펜에 의해 내용이 적혀질 때, 나는 거북함을 느낀다. 왜인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범한, 죄를 지은 기분이다. 웃기겠지만 사실이다. 흰 눈이 쌓인 벌판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면 이해하겠는가? 고작 위에 내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인데도, 내가 왜 이리 의식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 by | 2007/06/23 17:27 | 무규칙 이종일기 | 트랙백 | 덧글(7)








전 아무래도 백지가 좋더군요. 뭔가 이면지는 남에게 더럽혀진것 같아서...
dethrock // 예전부터 의식하던 걸 군대와보니까 더 집착하게 되더랍니다.
lastwaltz // 그러게 말입니다. 뒤에 뭔 내용이 있는지 보게 되는 장점(?)도 있고.
스텔스좀비 // 미스테리. 어떻게 된 게 사무실에 참...
時水 // 새 종이에 쓰면 누군가 볼 거 같아서.
소시민A군 // 아마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