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0일
끌고 온 사람과 끌려온 사람.
‘신비로 미소녀 사랑 클럽’에 어찌하여 들어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애니피아에서 나에게 추천을 해서 어찌하다보니 가입하게 되었다. 본래 다니던 애니피아를 버릴 정도로 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에게 이곳을 추천해 준 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나를 데려오고 어느새 떠나버린 것이다. 물론 그가 떠났다고 해서 내가 상심할 이유도, 그 클럽에서 이탈할 이유도 없으니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눈팅뿐이지만.)
‘이 바닥’에 붙어 있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이런 식의 유사점이 있다. 친구가 애니메/게임을 권하기에 같이 하다가 친구는 떠나가고 자신만 남은 경우. 그렇다고 자신이 그곳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도 없으니 그냥 거기에 눌러앉게 되는 식이다. (‘현시연’에서도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이건 ‘이 바닥’만의 특징이 아니다. 친구가 권유해서 락밴드를 시작하다가 친구는 빠져나가고 자기 혼자서 밴드를 계속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흔하다. (그렇게 ‘남겨진 사람’ 중에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간 밴드도 몇몇 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다루면 끝이 없으니 ‘이 바닥’에 끌려온 사람들로 다시 이야기를 좁히겠다.
어쩌면 ‘이 바닥’에 끌려온 사람들은 ‘끌어다 놓고 버리고 간’ 그(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제 발로’ 와서 빠졌다고 하기에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비참해 보여서인지, 친구가 끌고 왔다고 하면 자기 책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끌고 온 그의 책임이 있다는 핑계는 얼마나 편한가. 나는 이미 멀리까지 와버려서 ‘이 바닥’을 빠져나갈 수도 없고 사실은 빠져나가기도 싫다. 그러니 타인을(그 친구를) 명분 삼아 정당화하면 ‘그 친구만 안 만났다면’이라며 괜한 친구 탓도 할 수 있다. 다들 끌고 온 친구가 잘못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자신에서 타인으로 돌리며 자신이 더 비참해지는 걸 막아보고 싶은 게 아닐까, 본인은 추측할 뿐이다.
그렇게 ‘끌려 온 자들’이 문제의 핵심을 타인에게로 돌려버리면, 그들은 다시 (‘이 바닥’에)빠져들 명분을 얻는다. ‘이미 이렇게 돼버린 거’ 운명에 몸을 내맡기며 절제 없이 ‘이 바닥’에 빠져간다. 끌려온 게 타의에 의한 것이니 빠져드는 것 또한 자의가 아니라는 의도다. 자의에 의해 빠진다면 그 문제의 해결책은 그에게 있음을 다 알 수 있으나, 모든 걸 타인의 탓으로 돌리니 ‘끌려온 자들’은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방종을 만끽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바닥’ 사람들은 이런 식의 ‘책임의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즐겨 쓰는가 본데, 본인도 제 발로 빠져들었다고 말하기는 ‘찌질해’ 보이니 친구나 팔아먹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사실 맨 앞에 쓴 미사클 이야기도 뻥이다. 애니피아에 올라온 광고 보고 들어갔다.
# by | 2008/01/10 20:20 | 무규칙 이종취향 | 트랙백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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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솔직하게 말하질 못해!
아 물론 전 그런 수준낮은건 보지 않았습니다 ㄳ
누군가요!?
오덕은 운명입니다. (--;;)
그 때 형님이 보여준 게 에바 극장판이 아니라 아라비아의 로렌스였다고 해도
전 제 자의로 오덕의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오덕오덕 십덕십덕 (.....)
친구랑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러면서 나갈생각은 하지 않고 안주하고.
노무현하고 똑같은거라고 생각해, 결국 사람은 씹을 존재를 필요로 하는거지.
전 동생이 끌고왔는데 동생은 그만두고 저만 남았다는...
사실은 제가 시작했어요.
지금은 나름 핵심인물로 승격되어있더군요.(ㅡ-)
근데 미소게는 거의 안하고 눌러앉은 결과 꽤 유명인사가 되었네요.
그리고 콜렉팅을 배워서, 쓸데없이 관련상품이나 늘리는중...입니다 -ㅅ-;;
저 훃 스갤(스동갤?) 다닐 때 본 거 같은데 혹시 그쪽에서 노셨는지 ㅇㅇ?
스텔스좀비 // 메인페이지에 동호회 광고나 올리다니 신비로도 참.
Colts // 판도라로 시작하셨군요. 역시 요즘세대.
BabyNine // 요즘은 다들 자제하니까요.
카카루 // 이런 어설픈 낚시질에 속으시다니.
時水 // 역시 우리는 신비로의 노예였나.
無名 // 약한 개.
수호기사 //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DSmk2 // 운명, 혹은 유전자?
미나세아키코 // 찌질찌질.
세인트 // 왜인지 말이 됩니다.
저 역시 누군가가 광고 안올렸더라도 십덕후가 됐을지도.
소시민A군 // "그 친구 더는 안만나요." 일지도?
은혈의륜 // 요즘 분들은 하루히로 시작하시는군요.
lastwaltz // 그렇습니다. 일단 남 탓부터.
ranigud // 어느새 고해성사 시간.
루시펠 // 무언가를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진화하셨죠.
카나마리아 // 원래 콜렉팅이 좀 무섭죠.
Anatomist // 후...
이렌트 // 한때 잠시나마 구경가고 그랬습니다.
'폭풍저그 홍진호의 우울' 만든 게 전부.
아카이아 // 지금도 추천하고픈 데입니다.
비밀글 // 감사합니다.
아프락사스 // 제보 좀 부탁드립니다. 엔시티 가지고는 뭘 찾아야할지.
ㅁ // 연예계 전설이죠.
제 경우는 현재 모 야구만화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만,정작 저를 끌어들인 선배는 지금은 이 야구만화는 안중에도 없고ㅠ
아니 뭐 생각해보면 저도 마찬가지군요(...)
제 동생을 블리치에 끌어들였던건 저였던것 같습니다(그리고 저는 현재 블리치따위 관심도 없죠...ㅇ<-<...)
사람 사는게 다 그런걸까요...ㄱ-;;;